이리봐도 저리봐도 그저그런 - 연애의 목적 **1/2, 주먹이 운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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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7:38 조회2,50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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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림 감독. 박해일, 강혜정 출연.
황당->답답->전복->??
이 영화는 남자 이름 같은 '최홍'을 여성으로, 여자 이름 같은 '모유림'을 남자로 설정하면서, 겉으로는 여자 주인공이 돋보이고 화려하지만 언제나 남자 주인공이 극을 이끌어 가고 주요 사태를 진전시키는, 그래서 결국 우여곡절 끝에 남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는 수많은 영화의 관습을 전복시키겠다는 발상에서 출발한 작품으로 보였습니다.
작업은 유림(박해일 역)이 시작했지만, 그동안 그가 관계를 가져왔던 다른 여성과는 달리 홍(강혜정 역)은 만만하게 남자가 원하는 것을 무방비로 드러낸 채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어느 여자에게나 있을 법한 분노를 표출하며 능동적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여자였고, 유림은 단순한 재미에서 출발해 현실적인 결혼을 두고 현재의 여자친구와 비교하며 고민을 해야 할 만큼 감정의 변화를 겪으면서도 여전히 홍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나머지, 홍이 여자로서 겪어야 했던 선배와의 이별만큼이나 고통스런 체험을 스스로 자초하게 되고 홍에게 수동적으로 이끌려질 수밖에 없는 캐릭터로 표현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여성들의 입장에서 보면 능동적으로 원하는 결론을 이끌어내면서 잠을 잘 잘 수 있게 된 홍에게서 여성 캐릭터의 성장을 목격한 점이 꽤 기특했을 것이고 영화를 응원하고 싶어졌을 겁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애당초 홍은 유림에게 관심이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비록 오로지 잠자리만을 위한 목적이었지만 먼저 관심을 가지고 접근한 사람은 유림이었습니다. 그는 호된 대가를 치러야 했지만 홍을 얻었고 고민하던 두 여자 사이의 갈등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에, 홍은 선배이자 전 남자친구와의 아픈 기억 때문에 다시 남자 만나는 일이 두렵고 잠도 못 이루는 처지에서, 유림의 적극적인 작업 덕택에(정확히는 그의 품에 안기면 이상하게 잠이 잘 온다는 그 뻔뻔한 설정 덕에) 잠깐의 전복이 있었지만 결국 유림의 품으로 돌아옵니다.
원래부터 선생이 될 자격이 없었던 사람이 제자리로 돌아간 것은 너무나 당연한 거지만, 그래서 유림은 원칙적으로 손해될 게 없지만,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이 상처 받고 수난을 겪게 되는 홍의 처지는 당연한 것이 아니며 손해가 됩니다. 아무리 명예를 회복하고 불면증에서 벗어났어도 그 기간 동안 겪은 고통은 원래부터 그럴 자격이 없는 사람을 그곳에 갖다놓은 그 시작의 불평등을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뭔가 잘못된 영화라는 의심을 할 수 있는 것이죠.
겨우 이런 정도의 전복으로는 성에 차지 않습니다. 이건 지극히 현실적인 한계 안에서의 답답한 상상에 불과합니다. 노골적인 대사와 행동으로 황당했다가, 홍의 태도에서 답답함을 느꼈다가, 갑작스런 전복으로 효과적인 전환을 맞이했지만, 결국 이룬 거 없이 예전 버릇 못 고치고 반성도 않는 유림의 품을 그대로 선택한다는 홍의 사연이 그렇게 와닿지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지극히 현실적인 대사와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 최근 한국영화의 경향인 것 같은데 미안하지만 여태까지 충분히 현실적이었고(특히 깡패들 세계를 다루는데 있어서) 충분히 대중적인 게 한국영화였으므로 굳이 카메라를 들고 찍으며 리얼리티 운운하면서 편안한 영화 만들기에 충무로 감독들이 더이상 주력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문제는 예술적 상상력입니다.
주먹이 운다 2005 ★★1/2
류승완 감독. 최민식, 류승범, 임원희 출연.
연기에 승부를 걸었는데 그게 실패한 듯.
류승범의 연기를 보죠. 다른 거 제쳐놓고 그가 교도소에 들어가서 보여주는 그 특유의 반항적인 얼굴을 보세요. 그냥 대놓고 외국영화 따라 한 겁니다. 분노가 치미는데 이마에 주름을 잔뜩 만든 채 눈을 이리저리 돌리며 참고 있는 모습에서 창조적인 캐릭터는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최민식의 연기를 보죠. 다른 거 제쳐놓고 그가 술에 취해 음식점 사장에게 대드는 장면을 보세요. [파이란], [올드보이]에서의 그 모습입니다.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다짐하듯이 내뱉는 대사와 그때의 행동은 발전하지 못하는 연기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봅니다.
액션은 훌륭했습니다. 역시 류승완은 액션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임이 틀림없습니다. 복싱하는 장면에서는 정말 실제 신인왕전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 이상의 장점이 이 영화에는 없었습니다. 난데없이 그 먼데에서 태식(최민식 역)이 경기하는 경기장을 찾아와 '아빠'라고 외치는 아이의 등장으로 신파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데뷔작에서부터 시작된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 민망한 배경음악은 계속 귀를 울렸습니다.
두 사람은 분명히 밑바닥이지만 그걸 어떻게 강조하고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돕고 싶은 밑바닥 인생으로 보일 수도 있고 돕기 싫은 밑바닥 인생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평론가 유지나씨의 의견대로 보석 같은 몇 개의 장면에도 불구하고 뻔하게 보수적인 밑바닥 인생 강조법 때문에, 그다지 믿음을 주지 못한 기대밖의 연기 때문에, 평범 이상의 감정을 이 영화에 줄 수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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