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전 2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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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7:39 조회3,01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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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 김상경, 엄지원, 이기우 출연.
홍상수 감독의 6번째 작품을 DVD로 보았습니다. 국내 감독의 작품 중에 이렇게 일일이 처음부터 영화가 만들어지는 순서대로 흐르는 세월과 함께 보게 되는 경우는 별로 없었는데, 때론 몇 가지 일정하게 이어지는 패턴, 지루한 모방의 연속이라는 느낌 같은 것 때문에 실망도 했었지만, 대체로 잔기교 없이 긴 호흡만으로 이끌어 가는 감독 특유의 영화 만들기가 한국영화의 줄기를 다양한 곳으로 뻗어가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 [극장전]의 평과는 별개로 이 감독은 여전히 중요한 위치에 있는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봤습니다.
일단 [극장전]의 1,2부 구조는 꽤 흥미 있었고, 그것의 연결 고리로 극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설정한 것도 재미있는 효과 중 하나였습니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선 두 남자 주인공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시점이 재미를 주었고, 카메라 팬이 인상에 남았는데, 이 영화에선 그리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줌 효과부터 시작해서 곳곳에 삽입된 음악의 독특한 맛 등 조금씩 다른 느낌들을 배워가고 실험해가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스타일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는 여전히 예쁘고 귀여운 '여자'와 그녀를 바라보는 욕구로 가득 찬 '남자'를 큰 흐름으로 하면서, 특별한 인과관계나 기승전결 없이 인물들이 만나 나누는 대화를 통해서 관객들이 각자 다르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감정들을 표현하는 방식의 영화인데, 깔끔하고 안정감 있는 작품이었지만, 좀 아쉬우면서도 기존의 홍상수 영화와 약간 다르다고 느낀 것은 대사와 행동이 리얼리티를 넘어서 좀 재미있게 하려는 식으로 과장되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그것 때문에 영화는 한층 밝아졌고 키득거리게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곧 허무해지는 느낌 같은 게 기존 작품보다 좀 더 강하게 생겨났습니다. [생활의 발견] 이전의 세 작품은 너무 평범하고 지루해서 바로 잊히는 경우였는데, 최근작으로 오면 올수록 재미는 발전해 영화가 쉽게 잊히지는 않는 대신,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 영화를 생각할 때 허무감이 밀려오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다른 느낌보다 먼저요.
단순한 감정을 배제하고 분석을 하기로 하면 정성일 평론가가 [극장전]에 대해 기고한 글처럼 얼마든지 가능하겠죠. 그의 날카로운 시각이라면 감독인 홍상수조차 몰랐던 홍상수의 영화를 분석해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왠지 그래 봐야 그 영화를 좋아한다는 평론가의 개인적인 소감 외엔 별로 나올 게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술', '노래', '남산', '담배', '죽음', '생각' 등 다양하게 등장하는 단어들을 서로 연관지어 의미를 찾을 수 있겠지만, 그래서 결국 뭐란 말인가 하는 차원으로 얘기가 넘어오면 홍상수의 영화들은 위의 설명대로 허무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좋습니다. 그래도 즐겁습니다. 그건 상원이 '이관희 내과의원'에서 예쁜 간호사를 보며 심장이 떨리고 호감을 갖는 것과 마찬가지의 감정이죠.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를 비교적 좋게 봤던 저로서는 [극장전]에 완전히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도원경의 노래가 너무 자주 나오는 것도 그렇고, 동창 모임 장면이나, 선배 감독이 입원한 병원에서 동수(김상경 역)가 우는 장면이나, 영화 속 영화에서 영실(엄지원 역)과 상원(이기우 역)이 죽으려고 했다가 못 죽고 길을 걸으면서 우는 장면 같은 것 때문에 완전히 좋아하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싫어하지도 못하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사족: 감독님, 섹스 없는 초등생 관람 가 영화 한번 만들어 보세요. 어렵습니까?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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