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비무장지대 200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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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7:20 조회2,37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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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형 감독. 김정훈, 박건형, 정채경, 이재은 출연.
이규형 감독은 확실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15년 넘게 생활하면서 얻은 사회를 보는 눈과 영화의 예술적, 상업적 가치에 대한 공부는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류의 유아적 영상물의 감각에서 몇 걸음 나아가게 했습니다. 촬영하면서 감독 스스로 영화를 새롭게 공부했다고 표현할 만큼 이전의 작품들과는 다른 자세로 임했던 [DMZ, 비무장지대]는 감독으로서의 역량과 진지함에서 진일보한 작품임이 틀림없었습니다.
진부한 이야기라고는 하나 [공동경비구역 JSA]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기획된 것이고 남북관계를 거칠게 다룬 [실미도]와 같은 영화들과 비교적 차별화된 접근법을 취하고 있어서 그렇게 거슬릴 정도로 낡은 영화는 아니었는데 다만, 쉽고 가벼운 영화들이 창궐하는 한국영화 시장에서 이 영화만의 관객 층을 창출하는 데에는 시기적으로 한계가 있었던 탓에 많은 관객의 공감을 얻는 데는 실패하는 이규형 영화답지 않은 결과를 보여주어 안타까웠죠. 아마 그동안 변해버린 한국사회와 일본통이 된 감독 사이에 간극이 커져버린 탓일 수도 있습니다. 흥행에는 자신 있고 돈 버는 사업에 현실감 뛰어난 감독의 실패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감독의 경험담이라고 하는 이 영화는 초반까지는 기본적인 군대의 뻔한 이야기 안에 갇혀 있습니다. 혹독한 훈련에 당연시되던 구타까지 기억하기 싫은 군대의 모습을 담고 있지만 후반부는 결국 감독이 하고 싶었던 무지막지하고 극렬한 군대 안에서의 인간 대 인간의 '사랑'에 바쳐집니다. 우정은 남녀 사이의 사랑보다 더 진할 수 있었고 딸을 위한 아버지의 사랑은 남녀의 사랑보다 더 소중하고 아름다울 수 있었습니다.
전쟁이 무엇을 위해 치러지든 관계없이 전쟁 자체는 정치적이지만 전쟁에 참여하는 인간은 정치와 무관합니다. 그들은 순전히 사랑을 위해 전쟁터에서 목숨을 내 던진다고 감독은 말합니다. 북한의 특수요원 리상호가 딸을 위해 자신을 스스로 희생하는 그곳에서 보수주의자 이규형의 눈에 비친 북한 군인은 그냥 군인일 뿐이었습니다. 영화 마지막에서처럼 같이 어깨동무를 하고 먼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친구였습니다.
평소 싫어하는 아저씨 취향의 농담들이 '유머'라는 이름 하에 [실미도]와 차별화된 장점으로 강조되고, '군대'라는 개인적으로 거부감이 큰 소재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영화면서도 단점보다는 장점이 먼저 눈에 띈 작품이었습니다. 아마 일본에서 개봉한다면 우리나라에서보다 후한 평가를 받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니었지만 별볼일없이 잊혀져야 마땅한 그런 영화 역시 아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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