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웨이 Sideways 2004 ***
페이지 정보
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7:22 조회2,366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알렉산더 페인 감독. 폴 지아마티, 토마스 헤이든 처치, 버지니아 매드슨, 산드라 오 출연.
[사이드웨이]는 학교 선생님이자 와인 마니아 마일즈(폴 지아매티 역)와 그의 친구이자 결혼을 앞둔 무명 배우 출신의 잭(토마스 헤이든 처치 역)의 일주일간의 여행을 담은 작품입니다. 포도주 농장지대 근처의 모텔에 투숙하면서 오랜만의 휴가를 즐기게 되는 두 사람이 농장지대의 술집에서 일하는 마야(버지니아 매드슨 역)와 스테파니(산드라 오 역)라는 두 여자를 만나 벌어지는 소동을 중심으로 하고 있죠.
마일즈에게 와인이라는 것은 자신의 특기인 소설쓰기보다 더 유능한 친구이며, 와인을 대하는 특유의 정성은 주변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해 온 스트레스와 한을 오로지 한 곳에만 집중해 표출할 때 나오는 열정과 같은 것이어서 그건 마치 잭이 여성에 중독되어 작업맨으로 군림하면서 그것을 자신감의 원천으로 삼는 것과 비슷한 용도로 활용될 만한 용기없는 마일드 자신만의 무기인 셈입니다. 이혼의 아픔을 이기게 해준 것도 와인 덕이었겠지요. 잭은 그저 그런 바람둥이일 뿐이고 낙이라곤 여자뿐인 친구고요.
그런 이들이 여행을 떠납니다. 정확히는 산타 바바라 인근 와인농장에서의 휴가입니다. 수영도 하고 골프도 치고 완벽한 와인을 찾아 마을 여기저기를 떠돕니다. 그러다가 두 여자를 만납니다. 알고 보니 둘 다 외로운 여인네들이었네요. 곧게 뻗은 것이 아닌 비스듬한 옆을 뜻하는 사이드웨이즈는 바로 4명의 외로운 중생들이 만나면서 [사이드웨이]라는 영화로 출발하게 됩니다.
좋게 말하면 인생의 진정한 동반자를 얻기 위해 나 자신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나는 왜 외로운가? 결혼이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등 여러 가지 의미를 진지하게, 그러나 결코 교훈적이거나 따분하지 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이 영화가 한심한 중년들이 그냥 먼 곳에 여행가서 그곳 여자들과 한번 놀아보겠다는 수작 외에 무엇을 의미있게 보여주었는지 그렇게 떠오르지 않더군요.
마일드가 마야와 사랑에 빠질 뻔하지만 그녀와 한순간의 말실수로 해어질 만큼 결코 두텁지 않은 관계였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며, 자신의 소설이 출간되지 못한다는 사실까지 확인하면서 낙심한 채 여행에서 되돌아 와 다시 넌더리나는 일상 속에 빠져들지만 결국 그녀와 잠자리를 같이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었을 뿐인 자신의 소설을 잘 읽었다는, 그저 단순한 마야의 연락을 받고 다시 활기를 찾아 그녀에게 찾아간다는 마일드의 스토리가 그다지 의미 있다거나 주인공에게 행복한 결말이라는 느낌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남들은 인정해주지 않아도 내 소설을 읽는, 단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지금 당장 그녀에게 가서 사랑을 고백하라. 귀한 1961년산 와인을 마셔야 할 순간이 바로 지금이다.' 이런 결말은 너무 거창한 시작에 비하면 한없이 누추한 것입니다.
게다가 마일드가 전부터 알고 지내던 마야와 재회하는 장면이나 그 이후의 데이트에서 친구인 잭의 닦달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여러 정황으로 볼 때 그녀와 잠자리를 갖는 게 목표인 듯한 모습이었는데 그것이 과연 외로운 중년 작가가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시작한 여행의 의미가 될 수 있는 것인지 안 따져볼 수가 없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끝내 결혼까지는 무사히 마치고 마는 잭의 스토리 역시 단지 마일드와 대비되는 주변인으로의 역할에 충실한 것으로 보기에는 참 뻣뻣하게 구드러진 유머를 보는 것 같아 그렇게 상쾌할 수도 없었습니다. 별의별 구질이 짓을 해도 그냥 그렇게 친구를 위해 거짓말도 해주고 차도 부수면서 웃음 한번 주고 살면 행복한 결혼이 되는 건가 보죠?
갑작스런 출판 거부 소식에 낙담한 마일드가, 61년산 와인을 홀짝홀짝 마시며 어디에서도 의지할 데가 없어 보이는 일상으로 돌아와 힘없이 지내는 모습에서 잠시나마 이 영화가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골똘히 생각하게 만들었지만 그것도 그때뿐이었죠. 황당한 마야의 전화메시지 한통! 아~ 그렇게 쉬운 게 사랑이었네요.
저에게 이 영화는 주류 코미디 영화에서 나올법한 스토리의 작은영화 그 이상은 아니었는데, 특히 유명한 배우가 나오지 않았지만 작품이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고 아카데미의 주요 부문에서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는 사실만으로 무슨 대단한 저예산 인디영화나 되는 것처럼 규정하는 시선에 동참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들은 그들만의 주장이 있는 것 같으나 적어도 겨우 별로 사랑이라는 것에 절실함 보이지 않는 한 남자와 여자가 외로움에 못 이기다 결국 다시 만나게 되었다는 스토리의 영화가 상을 거머쥘 만큼 할리우드의 영화가 그렇게 다급해졌나 싶은 생각만 남을 뿐이었습니다.
물론 꽤 잘 만들어졌습니다. 흥미진진했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습니다. 그래서 할리우드 마니아들이라면 그들이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지 않았더라도 결코 외면해서는 안되는 작품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이드웨이]는 개인적으론 별 **1/2을 주어도 무방하지만 이 영화에 위로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서 ***을 줍니다.
사족: 마일드를 연기한 폴 지아마티의 연기는 보통 이상이네요. 하지만 국내 매스컴에서 떠든 산드라 오는 보통 이하였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