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메이드란 이런 것일까? - 역도산 **1/2 그때 그 사람들 **1/2
페이지 정보
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7:26 조회2,569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송해성 감독. 설경구, 나카타니 미키 출연.
작년, 아마 [역도산]이라는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소문을 접했을 때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영화관객은 일본에서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 살 수밖에 없었던 역도산의 갈등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술을 마신 채 비가 쏟아지는 거리에 쓰러져 울부짖거나, 아내에게 화를 내며 거실에 있는 집기들을 부수며 괴로워하는 장면을 떠올렸을 것입니다. 흔히 외부의 어려운 조건들을 극복하고 성공했다고 하는 사람들의 밝혀지지 않은 사생활을 영화 안에서 표현하는 수단이 이렇게 전형적인 패턴을 따라갈 때 바노와영화에서는 평균점 이상의 호감을 갖지 못합니다.
게다가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역도산에 대한 일반적인 라이브러리화로서의 의의를 가진 영화에 머물고 있는데 차라리 이렇게 할 바에야 정확한 자료를 근거로 역도산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면 의미 있고 색다르면서도 작품 면에서 평가를 더 받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빛바랜 사진을 보는 듯한 질감의 화면이라든지, 설경구를 비롯한 후치 타츠야 같은 배우들의 열연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었지만, 그 완성도라고 하는 것이 아직도 작품의 외관을 잘 다듬고 상품화하는 목적에만 맞춰져 있다는 것은 송해성 감독을 비롯한 이 작품에 참여한 모든 스텝들이 영화에 대한 열정에 비해 영화를 창조하고 개발하고 발명하는 데에는 소홀히 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는 거라고 봅니다.
<중학교 미술시간 때 에피소드 한 토막>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 빨랫비누를 깎아서 사람 얼굴 모양으로 만들어오는 조각 숙제가 있었습니다. 손재주가 없어서 집에서 조각도구 이것저것 건드려 보면서 대충 만들어봤지만 눈도 삐뚤고 코도 납작하며 전체적으로 균형도 안 맞고 머리도 연필 깎는 칼로 찍 그어서 머리칼을 만들어서 그런지 성의도 없어보였죠. 다음 미술 시간 때 다른 아이들이 해 온 것을 보니 다들 무슨 기계로 깎은 것처럼 반듯하고 정확하고 그렇더군요. 눈도 동그랗게 자를 대고 뚫은 조각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그런 친구들 작품은 거들떠도 안보더라구요. 제 것을 들어서 보더니 뒤통수가 납작한 것을 빼면 좋다고 말해주었습니다. 1등으로 뽑혀서 수업 시간 내내 교탁 위에 전시한 채 수업을 했었죠. 아이들 모두 의외라는 표정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왜 그런 평가를 해주었을까요? 제가 만들기 힘들어서 대충 팍팍 깎아서 온 거란 걸 선생님이 몰라서 그랬을까요?
그때 그 사람들 2004 ★★1/2
임상수 감독. 백윤식, 한석규 출연.
이 영화를 보면 1979년 10월 26일 밤 중앙정보부의 밀실 궁정동에서, 결과적으로는 과대망상증 환자로 그려지는 김재규에게 이미 총 한 방을 먹고 난 뒤 머리끄덩이를 잡힌 채 너무 많이 묵었으니 그만하라는 할아버지 박정희가 좀 봐달라는 표정을 지으며 불쌍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당시 경호실과 중앙정보부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고 그들끼리 어떤 계획을 세우며 서로 권력을 두고 힘겨루기를 했었는지 저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단지 부산과 마산에 모인 시위대는 탱크로 밀어붙여 몇만 명만 죽이면 모든 게 해결된다던 차지철에게 모든 악을 뒤집어 씌우고는 그와 경쟁관계에 있던 한 미치광이의 손에 장렬하게 전사한 박정희가 애처롭고 비통한 모습으로 등장할 때, 이 영화는 그동안 홍보로 알려진 내용과는 달리 박정희라는 개인에 대한 판단보다는 권력의 등불을 향해 몰려든 정앙정보부와 대통령 경호실의 벌레들 몇 마리를 타깃으로 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엮어가는 줄거리면서도, 조연에 불과한 박정희가 중심인 양 상업적으로 이용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겨우 이 정도의 풍자라면 극중 박정희로 등장하는 송재호씨는 굳이 얼굴 전체를 보여주지 않고 클로즈업 시 눈 아랫부분만 나오게 하면서도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가 된 삭제부분도 영화 내내 보여준 풍자의 정도로 보면 집어넣건 넣지 않건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기자회견 열고 항의하면서 호들갑 떨고 TV토론까지 하고... 당시엔 몰랐는데 정작 영화를 보니 모두 박지만의 소송을 호재로 삼은 상업적인 쇼였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도대체 이 영화에서 박정희를 비꼬고 풍자했다는 장면이 어떤 거죠? 그냥 조금 있으면 하야 성명이라도 발표하고 정계를 떠날 힘없는 노인처럼 묘사됐던데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