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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츄리안 캔디데이트 200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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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7:13 조회2,60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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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츄리안 캔디데이트] ★★★1/2

manchurian.jpg조나단 드미 감독. 덴젤 워싱톤, 메릴 스트립, 리브 쉐레이버, 존 보이트 출연.

이 작품은 존 프랑켄하이머 감독의 1962년작 [만츄리안 캔디데이트]를 리메이크한 영화입니다. 요즘 어딜가나 리메이크 열풍인데 그 대열에 동참하는 거장들의 수가 만만치 않습니다. 바로 다음에 쓸 예정인 코엔형제의 [레이디킬러스]도 알렉산더 맥켄드릭 감독의 1955년작을 재 영화화한 것이었죠.

미국에 있어서 검은 돈과 정치 권력의 관계를 다룬 영화의 역사는 매우 오래 되었습니다. 본격적으로는 할리우드의 전성기가 지나갈 무렵, 마침 민권운동과 반전의 물결이 미국 사회 전역을 휩쓸고 지나가던 60년대 시절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아마 케네디 암살 사건이 중요한 촉매로 작용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영화 [만츄리안 캔디데이트]는 만츄리안이라는 글로벌 기업의 후원을 받고 있던 한 정치인이 자신의 아들을 미국의 대통령으로 키우기 위해 91년 걸프 전쟁에 참가시키고 부대원들을 조직적으로 세뇌하여 상사로 근무하던 그를 영웅으로 이미지화 시킨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조작된 이미지에 의해 걸프전의 영웅이 된 레이먼드 쇼(리브 쉐레이버 역)는 이 이미지를 등에 업고 유력한 정치인으로 성장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는 집단이나 정치인은 어머니인 메릴 스트립 또는 그녀와 공모한 만츄리안 기업에 의해 제거되는 운명을 맞게 된다는 거죠.

마침내 레이먼드 쇼가 대통령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선출되고 급기야 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암살과 검은 돈으로 얼룩진 권력의 그림자가 미국을 장악하게 되죠. 걸프전에 레이먼드 쇼와 같은 부대에 있었던 마르코(덴젤 워싱톤 역)는 과거 자신과 부대원들에게 가해졌던 세뇌의 흐릿한 기억 때문에 악몽에 시달리며 괴로워하던 중 TV에서 레이먼드 쇼를 보고 그가 부도덕한 방법으로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 쓴다는 내용으로 이어집니다.

기본적인 스릴러의 장점을 모두 소화하면서 잠시도 눈을 뗄수 없게 하는 긴장감이 영화 전반을 장악하고 있는데, 결코 익숙한 이야기가 아니면서도 검은 의혹을 파헤치는 레이먼드 쇼와 마르코의 운명적인 갈등이 흥미진진하게 진행되고 있어서 역시 조나단 감독 답다는 느낌이 강했는데요. 그러나 결국 이 영화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엄청난 결말 때문이었습니다.

바노와영화는 이런 식의 결말에 대해서 일종의 두려움 내지는 경외감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것은 관객을 놀라게 하는 반전에서가 아니라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를 완전히 새롭게 승화시키는 마무리에 대한 놀라움과 바로 이어서 찾아오는 평화의 안도감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선거의 승자가 결정되고 수락연설을 하는 대회장에서 벌어진 숨막히는 긴장감은 가히 폭발적이었고, 바닷가에서 사진을 물에 적시는 마르코의 얼굴을 담은 라스트씬은 영화 역사 100년을 통해 늘 봐왔던 걸작의 그것을 빼닮았습니다. 그것은 불안한 평화와 안도감을 불러일으키는 묘한 여운을 주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만츄리안 회장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뒤돌아 섰을 때 창밖으로 보인 그 뉴욕의 고층 건물군은 백번의 말보다 더한 의미를 내포하는 강력한 장면이었죠.

프란시스 포드 콧폴라 감독의 1974년작 [컨버세이션]이후로 가장 인상적인 정치스릴러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도 굉장한 것이었는데요. 전 리브 쉐레이버가 이렇게 연기를 잘 하는 배우인지 몰랐습니다. 언뜻 생각나는 출연작은 없는데, 적어도 이 작품으로 그의 주가가 좀 올랐으면 좋겠구요. 덴젤 워싱톤과 메릴 스트립은 두말할 나위 없는 신들린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날이면 날마다 오는 유행배우들과 차원이 다름을 다시한번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세뇌로 정치권력을 장악한다는 스토리가 얼핏보면 터무니없는 이야기 같지만, 명분을 만든 후 다른 나라의 정치에 개입하여 쿠데타도 일으키고 자국에 우호적인 정권을 세우기도 하며, 때론 언론을 통해 무감각하고 둔감한 여론을 유리하게 변형시키는 등 역사를 가지고 놀 수 있는 갖가지 노하우가 많은 강대국들이 여기저기 도사리고 있는 것을 보면 결코 비현실적이라 할 수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현재 지구촌이 눈 감으면 코 베어가는 세상인 것까지는 알겠지만 두 눈 똑바로 뜨고도 진실이 뭔지 모른채 순진하게 살아가는 우리같은 사람들은 매일 영화나 보면서 세상에 못다한 한풀이를 해야합니다. 잠시 한풀이를 하자면, 아무리 만츄리안의 후보가 미국의 권력을 잡아도, 아무리 돈 많은 기업들이 부패한 권력과 공모해 더 좋은 수익을 내는 세상이 와도 그 기업들이 부도덕을 토해낼 예정인 미래로 지구의 시계가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물론 권력자들은 코웃음을 치겠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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