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 20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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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7:16 조회2,32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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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일곤 감독. 장현성, 이소연, 조성하 출연.
10년 전의 사랑을 기억하며 우도를 찾은 한 남자의 서정적 일기를 펼쳐놓은 중편 [깃]은 송일곤 감독의 이력에 비추어보면 약간 일탈적이긴 하지만 성공적으로 다중의 품에 안긴 영화로 보았습니다. 좋습니다. 이렇게 해서라도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현실적인 관객과 함께 교감할 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 30년 넘게 영화를 만들며 한국영화에 없는 길을 새로 닦아 나가겠다고 데뷔작 때부터 선언한 감독입니다. 저예산이지만 관객의 일시적인 공감에 행복해하며 기존에 잘 구비된 아스팔트의 안전하고 편리한 맛에 길들게 될까봐 걱정되네요.
여러모로 대한민국은 '예술적 상상력'이라는 것에 정말 무지한 현실주의자들의 세상입니다. 어떤 분야든 오로지 미국식 실용주의가 판을 치고 있죠. 영화를 보면서 제작이 어떻고, 조명이 어떻고, 카메라가 어떻고, 의상이 어떻고, 장르가 어떻고... 작품의 완성도 위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게 대세입니다. 그렇게 안 하는 평론가는 정성일뿐입니다. 그러면서도 대다수 평론가가 유럽의 좋은영화로 알려진 예술영화들을 무시하지는 못하는 걸 보면 그들의 머릿속엔 미국식의 독창적인 시스템조차도 아예 없는 것 같습니다.
[깃]은 탱고를 추는 장면이나 풀밭에 나뒹구는 피아노, 공작새, 문지방에 떨어진 가루를 먹는 장면 등 재미를 위해 삽입된 장면들이 거슬렸지만 전체적으로 우도의 자연과 그곳에 머물며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아름답게 그린 영화로 생각합니다. 특히 제주로 떠나는 배 위의 현성과 우도에 남은 소연의 이별 장면은 매혹적이었습니다. 1년 후 종묘에서 만나기로 약속하는 소연의 표정과 멀리 배 위에서 담담하게 미소 짓는 현성의 얼굴이 교차하면서 강한 감동이 전해왔습니다.
송일곤은 그냥 즐기자고 평범하게 만들었겠지만 워낙 내공이 있는 사람이라 영화는 보통 이상이었고, 배우를 보자면 이소연과 조성하(주목해야 할 배우)가 예상과 달리 굉장히 개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최고의 배우라고 생각해왔던 장현성은 생각만큼 느낌이 통하는 연기를 보여주지 못해 당황이 되었습니다. 송일곤의 각본이 유머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대사가 부자연스러웠던 탓도 있었겠지만, 장현성이 자신의 이름이기도 한 현성의 캐릭터를 완전하게 창조하지 못해서 그렇게 보이는 게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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