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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봄이 오면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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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7:10 조회2,51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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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봄이 오면 ★★1/2

flowerspring.jpg류장하 감독. 최민식, 김호정, 장신영, 윤여정, 장현성 출연.

"지금 나는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살고 있는가?" 현우(최민식 역)는 전화기를 붙잡고 그의 어머니에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라고 말합니다. 무엇을? 처음부터 전부!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은 매우 순수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꿈'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현실에서 부딪히는 일이 많고 꺾이며 살 수밖에 없는 어린 시절의 소망이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활짝 피어날 수 있음을 강원도 삼척의 작은 마을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우가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용기를 되찾고 희망을 보게 되는지 영화는 쓸쓸하면서도 정겨운 감성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올드보이] 이후의 최민식을 볼 수 있었던 최초의 영화이지만 오히려 장현성, 김호정과 같은 배우들에 더 시선이 가는 작품이었습니다. 장신영의 착한 연기도 매력적이었죠.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소박한 영화였고 안정적이었지만 바노와영화에서는 평범 이상은 될 수 없는 영화로 판단하는데요. [꽃피는 봄이 오면]을 어떻게 볼 것이냐는 어쩌면 한국 영화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 하는 문제와도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이 영화를 비롯한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은 멜로물들은 지나치게 순응적입니다. [봄날은 간다], [와니와 준하], [시월애], [동감] 같은 작품들은 깔끔하고 감성적이며 사랑스럽지만 너무 평이하고 관습적인 영화들입니다. 비슷한 느낌의 [비디오를 보는 남자]나 [소망]같은 영화들이 관객으로부터 버림받아 물러난 데 반해 이들 영화는 처음부터 스타를 동원해 안정적인 스탠스를 취했는데요. [꽃피는 봄이 오면]에서 왜 현우가 작곡했다는 색소폰 연주곡은 그렇게 자주 나오는 것일까요? 그렇게 하지 않으려는 어떤 치열한 문제의식이 류장하 감독에겐 없었습니다. 그게 잘못되었으며 영화를 망쳤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장자리에 있어야할 감동을 왜 자꾸만 가운데로 모으려고 하는지에 대한 답답함이 있는 것입니다. 그것뿐이 아닙니다. 왜 할머니는 그렇게 눈 오는 날 장사를 나가다 길에 쓰러지고, 별로 사랑하지도 않는 것처럼 보이는 옛 애인은 왜 그토록 잊지 못하는 것일까요? 꼭 그런 설정을 통해야만 현우가 자신을 바라봐주고 지켜주는 사람들로부터 희망을 다시 발견하게 되는 걸까요? 이야기가 너무 직접적이고 가볍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좀더 지루하게 만들어 달라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바노와영화는 후반의 절정을 위해 중간의 감동을 과감하게 가장자리로 옮겨놓고,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관객의 졸림을 유발하며, 슬퍼서 울거나 기뻐서 춤을 추는 장면 하나 없이 2시간을 밍밍하게 보이도록 이끌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런 이야기가 관객에 의해 전혀 지루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단계가 되고 유행을 일으키고, 흥행을 할 때 비로소 한국영화의 도약이 찾아온다는 4년 전 믿음에 한치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건 곧바로 우리시대의 상업성이라는 게 무엇이냐로 이어집니다. 김기덕 감독이 [빈집]의 수상 이후 인터뷰에서 한 말이 떠오르네요. 자신의 영화들은 해외영화제에서 관객상도 수상하고 좋아해 주는 팬들도 많을 정도로 흥미가 있고 재미를 가지고 있는 영화라고 말했죠.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그의 영화는 전혀 흥행이 되지 않죠. 그 차이는 영화가 좋은가 나쁜가와 관계없이 관객들이 재미를 어디에서 찾는가에서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보기에 아무리 지루하고 졸린 영화라도 다른 나라의 어떤 특정 집단에게는 매우 재미있는 영화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 관객들이 재미를 발견하는 단계가 매우 일차원적이라는 데 있습니다. 그러니까 피상적인 재미만 추구하는 영화들이 주로 흥행을 하게 됩니다. 최근 몇 년간 한국의 영화들은 거의 비슷한 기승전결을 가지고 있습니다. 돈 되는 장사를 위해 양산하는 영화들이죠. 한마디로 순응적인 영화들입니다. 여기에서 탈피하는 건 감독의 재량이며 독립적인 의식입니다. 같은 이야기를 해도 어떤 감독에게선 전혀 다른 영화들이 나옵니다. 문제의식이 없이 그저 모두가 공감할만한 내용으로 이루어진 영화는 당장은 살지만 영원히 죽으며, 관객보다 한발 앞서서 그들을 이끌어가는 영화는 당장은 죽지만 영원히 삽니다.

[꽃피는 봄이 오면]이 과연 영원히 사는 영화일까요? 매우 아쉽지만, 따뜻하고 흐뭇하면서도 그 이상은 되지 못하는 범작으로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독하게 현실적이라는 것. 그것은 최근 한국영화에 두터운 벽처럼 존재하는 듯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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