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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므 파탈 20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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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노 작성일09-02-13 17:12 조회3,20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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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므 파탈 ★★★
 
femme.jpg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 안토니오 반데라스, 레베카 로메인-스테이모스 출연.

바노와영화에서 할리우드의 일급 감독들을 좋아하는 것은 바로 그들이 어쩌다 한 번씩 관객 취향에 맞는 오락영화로 대박을 터뜨리고 휴양지에서 한껏 낭만을 즐기고 돈을 소비하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팜므 파탈]과 같은 작품들을 내놓는다는 데 있습니다. 여러 가지 악조건 속에서도 감독의 영화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온다는 건 거대한 투여 자본과 상업영화의 시장을 고려해 본다면 정말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영화적 환경이 브라이언 드 팔마와 같은 두말할 필요없는 일급 감독들을 꾸준히 할리우드에 붙잡아 두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브라이언 드 팔마의 2002년작 [팜므 파탈]은 감독이 고집하는 영화적 스타일의 완성본과 같은 작품으로 볼 수 있습니다. 화면 분할은 정말 독특한 매력을 주고 있고 배경음악, 음향효과 사용이나 조금씩 클라이막스를 향해 가는 스릴러 기법 등이 화려하게 펼쳐져 있죠. 초반에 다이아몬드를 훔치는 장면은 재치 있다거나 기발하다기보다 장난 비슷하게 처리했지만 역시 드 팔마 답다고 느껴졌습니다.

타란티노가 그의 집대성 [킬 빌]을 만들었다면 드 팔마는 역시 그의 집대성 [팜므 파탈]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타란티노가 오랜 휴식 뒤에 다시 [저수지의 개들] 스타일로 돌아오고, 그동안 사모하고 동경해왔던 작품들을 자기 스타일로 재구성했듯이 드 팔마도 스타일만 보자면 예전에 [레이징 케인]이나 [블로우 아웃]과 같은 작품을 만들던 시절로 다시 돌아온 것 같아요. 다만, [팜므 파탈]이 생각처럼 그렇게 완벽한 작품은 아니라는 데 문제가 좀 있긴 하지만 말이죠.

이야기는 우선 복잡해보이지만 파고 들어가 보면 알맹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결국 꿈 이야기이며, 데쟈뷰 이야기인데 절반 이상을 그 꿈 스토리가 잡아먹거든요. 그게 중요하다 보니 영화가 진행되다 보면 다이아몬드의 행방이나 사건에 휘말려 죽음에 이르는 주요 인물들이 그냥 허무하게 버려집니다. 알고보면 니콜라스(안토니오 반데라스 역)도 별로 하는 일이 없어요. 그리고 자신이 여태까지 경험했던 게 꿈이라는 사실을 알고 릴리의 자살을 막은 로라의 이후 7년 동안의 행방이 참 묘연합니다. 여권이 필요해 다급해 하던 초반의 분위기에 비춰보자면 그렇게 여유를 부리며 동료를 만나고 다닐 수 없었을 것 같거든요.

게다가 저는 주로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보는 편인데 [팜므 파탈]의 초반부는 좀 이해하기 힘들더라구요.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칸 영화제에서 다이아몬드를 훔친 로라가 빠리에서 릴리의 여권을 훔쳐 릴리인 척 7년 동안 살았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고개를 끄덕이게 했는데, 솔직히 아직도 마지막 니콜라스와 만나는 장면에서 로라가 초반에 다이아몬드를 훔칠 때와 같이 그렇게 강한 모습이 아니었다는 점은 좀 혼란스럽습니다. 그리고 그 흑인 범죄자는 왜 로라에게서 다이아몬드의 행방을 알아내기도 전에 높은 곳에서 바닥으로 그녀를 던져버린 것인지 좀 애매하군요. 그게 실수였다면 왜 바닥에 떨어진 그녀를 릴리의 부모가 데려가게 내버려 뒀을까요? 죽은 줄 알고 도망갔다면 그 이후에 7년 동안 그녀를 찾아다녔다는 대사는 또 뭘까요? 그들이 거리에 작게 걸린 미국 대사 부인의 사진을 우연히 보고 그녀임을 단번에 알아차린다는 설정도 좀 걸리고 말이죠. 그건 꿈이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아무튼, 여러 가지로 복잡하긴 합니다.

이야기의 완결성이 좀 부족하다 보니 역시 감독의 화려한 테크닉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분명한 건 그 테크닉의 시각, 청각적 효과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입니다. 과도한 기교로 부를 수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창조적인 기법들이었죠. 흔히 브라이언 드 팔마를 '모방의 천재'라고들 하는데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모방은 베끼는 거죠. 그건 특정한 매력을 갖는 사물이나 형식에 영향받는 행위가 아니라 그때그때 달라지는 유행을 쫓는 단편적인 행위입니다. 이 감독은 분명한 자신의 색이 존재하고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만 보아도 그만의 영화 세계 안에서 어떤 전통적인 맥을 잇는 학풍이나 기풍이 있는 영화 스타일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기풍은 매우 가치 있는 것 중 하나라는 게 중요하죠.

전체적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끊임없이 제공하고 있어서 영화가 갖는 마력에 빠져들기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테크닉 면에서 차용하고 싶은 장면이 많았던 영화였구요. 계속 상상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족: [팜므 파탈]에는 두 가지 찬성하기 어려운 설정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다이아몬드를 훔치기로 한 공모자 중 주요 인물 두 명이 모두 흑인이네요. 흑인과 금발 미녀라... 의도적으로라도 다르게 갔어야 한다고 보구요. 두 번째로 성당에서 군복을 입은 동료와 로라가 만나는 장면을 니콜라스가 몰래 촬영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비가 오고 있었는데 카메라는 비싼 장비랍니다. 그다지 중요한 촬영도 아닌데 우산도 없이 카메라에 비를 적시며 사진을 찍을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너무 웃기는 지적이지만 카메라와 물은 절대 상극이라 거슬리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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